경험담

첫사랑의 시작

ssamhago 2023. 2. 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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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1989년 11월  중학교 3학년... ㅎㅎ

첫사랑의 시작


곧 고입 학력고사가 있었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봄부터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진아, 노란병아리 왔냐?"

"어디보자.... 아직 안온거 같다."

"아휴~~.. 오늘도 안 나오는거 아냐? 괜히 왔다."

"재관이, 너.. 선생님께 이른다. 학원다닌다고 자율학습도 빠지는 거잖어."

"야.. 진아. 놔둬.. 오죽하믄 그러겠냐.. 벌써 이틀째잖아..노란 병아리가 안나온게."

"엉엉..오늘 학원 종강인데... 마지막으로 얼굴한번 보려 했는데..ㅠ.ㅠ;"


노란 병아리... 의열, 재관, 그리고, 나.. 우리 셋만의

그녀를 부르는 명칭이었다.

그녀는 아담한 키에, 부담스럽지 않게 크고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었고, 노란색 계열의 옷을 자주 입었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나는

(음.. 소시적에 많은 분들이 내성적이었을 겁니다..아마도..ㅡㅡ;;;)

여학생들을 쳐다보는 것조차 쑥스러웠기에 별다른 관심을 내보이지 않았었다.

언제나, 노란병아리를 찾고 말하고 떠드는 것은

의열과 재관의 몫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애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 녀석들과

섞여서 지내고 매일 듣는 얘기가 노란병아리이다 보니..

어느새 노란병아리는 내 가슴속 깊이 들어와 자리잡고 있었다.


노란병아리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지냈지만,

정작 노란병아리에게 말은 건네어 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풋사랑...^^;

한명의 동경하는 여학생을 두고, 우리셋은 동경하는 존재로서

얼굴 한번 볼수만 있다면하고 만족하고 지내고 있었다.


"야..! 쉿!쉿! 왔다. 왔어.."

^^;

노란병아리의 등장이었다.


마지막 종강!

종강은 간단했다.

학원강사님은 남은 기간까지. 정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하라고 하셨다.

종강후 학원 교실에서 간단한 파티를 했다.

과자먹고, 음료수 마시고, 노래부르고...ㅋㅋㅋ.

파티가 끝이 나고 뒷정리를 하고, 학원을 나올땐,

내 양손에는 가로, 세로 30Cmm 정도의 종이BOX가 들려져 있었다.

파티때 먹고 나온 쓰레기를 담은 BOX였다.

집에 가면서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교실에서 들고 나왔던 것이다.


"진아. 내일보자..ㅡ0ㅡ/... 들어가라."

"어.. 안녕 . ㅡ0ㅡ/"


집에 까지 걸어가는 길은 한산했다.

인적이 없다면 없는 넓은 도로는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다.

'마지막까지 한마디 못하고 왔구나..ㅜ.ㅜ'


아쉬움일까?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마디 못건네어 봤으니.. 짝사랑이겠군..


하늘을 보고, 땅도 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쩍팔려서 못질렀다.

소리지르고 싶었던 욕망은 이젠 양손이 받치고 있는

BOX를 걷어차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조용히 BOX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한걸음 두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 앞으로

"팍!!!"

나의 힘찬 발차기에 BOX는 공중에 잠시 떠올랐다가

"헉!!!!"

내용물을 뱉어내기 시작했다..ㅡㅡ;;


여기저기 쓰레기가 휘날렸다. 쓰레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고서야..후회했다.. 왜 찼나....ㅡㅡ;;


쭈그리고 앉아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혼자 ...

'이게 뭐냐고...ㅠ.ㅠ'


얼마나 줍고 있었을까... 마지막 쓰레기를 주으려고 할때,

그 쓰레기는 다른 사람에 의해 BOX로 옮겨지고 있었다.

하얗고 작은 손이 그 쓰레기를 BOX 안으로 옮기는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노...노란 병아리.'


얼마나 놀랐던가...


"자..이거."


작고 예쁜손에는 어느덧 예쁘게 포장된 종이 상자가 들려있었다.

"엿이야... 시험잘봐..^^;"

"고... 고마워."

"그럼.. 갈게.."

"어..."


1989년 11월  중학교 3학년... ㅎㅎ

첫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행복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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